내기 한 판
굳이 끼지 않아도 될 일. 하지만 마음 속의 뜨거운 무언가가 이성적인 판단을 방해한다.
호영 :
(굳이 내가 끼지 않아도 되는 싸움에 끼어들 필요는 없어.
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마을을 구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.)
(확실히 내가 저지른 일이 원인이 된 사건이기는 하지.
이쪽이 마무리 짓는 게 마음은 편할 것 같지만.... 으으....)
(간다, 안 간다. 간다, 안 간다. 어떡하지. 에라, 모르겠다.
이럴 때는 운에 맡기는 거야. 그래, 법사에게 그렇게 얘기하자.)
(난 할 만큼 고민했다고. 더 이상 머리를 쥐어짜 봐도 결정을 못 내리겠어.
이제는 하늘의 뜻에 모든 걸 맡기자.)
호영 : 좋아, 결정했어.
얼굴 없는 괴물 : 저를 도와주시는 겁니까?
호영 : 그건....... 운명에 맡겨 보려고. 이 야바위 내기로 말이지.
도철 : {이 녀석........ 장난 칠 때가 아니라는 걸 아느냐, 모르느냐?}
호영 :
장난 치려는 거 아냐. 이쪽은 진심이라고.
도저히 못 정하겠으니까 운에라도 맡겨야겠어.
내가 이기면 돕지 않는 걸로. 법사가 이기면 이 도사 님이 나서는 걸로.
어때, 한 번 해 보겠어?
얼굴 없는 괴물 : 그게 마지막 기회라면..... 해보겠습니다.
호영 :
그래, 그럼 간다.
(바닥에서 돌을 주워 오른쪽 왼쪽을 번갈아 가며 섞었다.
법사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돌을 쫓았다.)
[ 잘그락 - 잘그락 - 잘그락 - ! ]
자, 어느 손에 돌이 있지?
얼굴 없는 괴물 :
어..... 그러니까....
왼쪽 손 아닙니까?
호영 :
(천천히 왼손을 펼쳐 보였다. 먼지 하나 보이지 않는 빈손이다.
그걸 본 법사의 어깨가 축 처진다.)
얼굴 없는 괴물 : ......져버렸네요.
호영 :
........
......다시 해.
얼굴 없는 괴물 : 네....?
호영 :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고. 삼세판이라는 말 몰라?
얼굴 없는 괴물 : 네!
호영 : 그럼, 다시 간다! 이번에는 똑바로 봐!
얼굴 없는 괴물 : 이번에는 꼭!
[ 잘그락 - 잘그락 - 잘그락 - ! ]
그렇게 난 몇 번씩이나 돌을 섞었다.
법사가 이긴 건 정확히 29번째.
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르지.
이대로 떠난다면 아마 난......
두 다리 뻗고 잘 수 없을 것 같아.
구수한 국밥 맛도 영영 느낄 수 없겠지.
왜냐면 난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니니까.
도움이 필요한 자들의 절실한 마음을 알아.
돕는 자의 마음가짐 또한 잘 알겠어.
보고도 못 본 체 지나칠 수 없다고.
그래, 까짓거 걸어주지. 가시밭길.
<잠시 후, 저잣거리>
얼굴 없는 괴물 : 약속한 시각이 다 됐는데....
호영 :
후우..... 벌써 와 있었군. 나는 작전에 들어가기 전에
준비를 좀 하느라 늦었지. 법사, 네 쪽은 어때?
얼굴 없는 괴물 : 네, 제 쪽도 준비 완료입니다.
호영 :
작전은 아까 얘기한 대로야. 이쪽이 사원 쪽으로 가서 괴물 쥐를 친다.
그리고 법사 너는 약속한대로.....
얼굴 없는 괴물 : 알고 있습니다.
호영 : 그럼 각자 맡은 임무 장소로 이동하자.
얼굴 없는 괴물 : 네, 그럼 가보도록 하죠. 부디 무탈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.
*법사와 힘을 합쳐 마을을 구하기로 했다. 내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.
*[]괄호는 효과음을 의미합니다.